알람을 새벽 4시에 맞춰놓고 일어났다.
서울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것과 산속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것은 너무나도 달랐다.
관리자분 중 직책이 가장 높아 보이는 분께 우리의 기차시간을 말씀드리고
108 계단을 꼭 가고 싶다. 길만 알려주시면 둘이 가겠다고 했다. 위로 계속 쭉 올라가면 된다고 하셔서
기영이랑 갈 준비를 다 하고 나왔는데, ㅇ_ㅇ...
아니 앞도 안보이잖아..? 기영아 너 갈 수 있어..? 진짜로..? 이거 맞아?
어쨌든 갈 수 있다고 해서 나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핸드폰 손전등을 켜서 앞만 비추고 가는데
한 5분 걸었나 앞도 캄캄 뒤도 캄캄 손전등을 비춘 곳만 앞이 보이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안보였다.
아니 나 전설의 고향도 이 정도로 안 무서워했는데 이렇게 깜깜한 산은 처음 가봐서 몰랐는데
야등 하는 사람들 진짜로 존경한다. 너무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울었더니 기영이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많이 무서우면 그냥 내려가자 해서 나 때문에 못 가서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숙소로 왔다.
숙소에서 쉬고 있었더니 관리자분이 전화 와서 올라가는 중이냐고 물어보셔서
너무 깜깜해서 못갔다고 말씀드리니 조금 기다리면 자가용으로 데려다주신다고 하셨다.
이번 여행은 진짜 운이 좋은 여행이다. 차로도 생각보다 거리가 꽤 됐다.
시간 많이 못준다 하셔서 빠른 걸음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경사가 높다. 다리 아픈 사람은 절대 못 올라올 정도다.
이 계단을 진짜 빨리 올라왔었다. 나중에 기영이한테 너는 왜 이렇게 여기 오고 싶었냐 물었더니
계단을 오르면 있는 불상에게 아지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지는 기영이 인생에 있어서 반 이상을 함께 보낸 반려견이다. 이 시기에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기영이가 참 많이 힘들어했다. 근데 친구인 나한테도 덤덤하게 말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었는데
그게 보이니 더 마음이 안 좋았다. 기영이는 본인 힘든 얘기는 굳이 안 하는 편이다.(화난 상황들은 말 잘함 ㅎ^^)
해가 점점 뜨고 있었다. 나도 아직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아지 행복도 빌어주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도 빌고 왔다. 비우러 가는 곳이지만, 항상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바라고 가곤 한다.
아직 내 그릇은 그 정도로 넓진 않은 거 같기도 하고 ㅎ 후다닥 할거 다 하고 총총 내려와서
차(茶)의 문화를 배우는 시간이 있어 관리자분이 그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소소하게 차와 고구마를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고구마 미쳤다 진짜 내가 먹은 고구마 중에 너무 맛있어서 다른데 찍는 척하면서 고구마박스 사진 찍음^___^ 내년 겨울엔 무조건 저 고구마 한 박스 시켜 먹을 거다,,)
직접 재배하는 차를 눈으로도 보고 만져도 보고 하러 차밭으로 이동했다.
리얼로 장인처럼 보이셔서 함부로 장난도 못 치는 분위기였다.
꽤나 진지하게 차에 대한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ㅎ
딴짓 절대 안 했음 뭔가 되게 집중 많이 했다.
원래 같으면 집중 10분 정도하고 기영이한테 장난치고 그랬을 텐데..
나도 많이 성장했다,,
야 그거 뭔데 너 그렇게 신났냐? 좋아?
저렇게 자랑하고 좋아하길래 저거 좋아하는 거 같아서 내가 기영이 몰래 모자에 넣어줬다.
차씨앗이었는데 동네에 좀 가져가라고 ㅎ
아ㅋㅋ 사실은 집중 하나도 못했던 거 여기서 티나네 머릿속에 장난하고 싶은 생각만 엄청했다.
나는 진짜 언제쯤 철들려나,,
중간에 연구실 가기 전 신선놀음 하기 좋은 휴식장소가 있었다.
나도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땅 사고 이런 거 하나 해놔야겠다.
저기서 컵라면 먹으면 진짜 세상사람 아무도 안 부러울거같았기에..^___^
그렇게 장난도 치다가 찻잎 볶고 연구하는 쪽으로 와서 5년 정도 된 찻잎을 우려서 내려주셨다.
퍼포먼스 장난 아니셨는데 동영상 찍을 분위기가 아니라서 그냥 구경만 했다.
물을 약간 자유자재로 다루시고 초능력 쓰시는 것처럼 막 휘뚜루마뚜루 어?! 막 그러셨다.
이 날 차 한 20잔 마신 거 같다. 중간중간 차에 대한 질문도 좀 하고 우리는 기차시간이 다 되어서
급하게 나왔다. 오는 길에 고구마랑 과자 챙겨가라고 말씀해 주셔서 뻥 안 치고 고구마 기영이랑 내가 쓸어왔다.
비우러 온 거 맞지 채우러 온 거 아니지? ㅎ 절에서 콜택시도 불러주셔서 편하게 기차역까지 갈 수 있었다.
기차역 도착했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바로 앞에 뼈해장국집 있어서 배고파서 먹고 가기로 하고
한 숟가락 떴는데 야 모야 여기 왜 이렇게 맛있냐;;; 이러면서 먹음
어머님들이 김치 금방 한 거라고 나눠주셔서 김치랑 같이 밥 먹고
먹다 보니 또 시간 없어서 식당부터 기차역까지 뛰려고 하는데
기영이가 옷 입자마자 아까 내가 모자에 넣어놓은 차씨앗이 후드득 떨어져서 식당 바닥에 굴러다녔음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둘이서 그거 줍고 겁나 웃고 나와서 더 빠르게 뛰어서 기차 탐,, 휴우-
차 씨앗들 서울까지 갈 수 있었는데 아쉽네 ㅠㅠ
이럴 때 보면 기영이와 바트가 아니고 패트와 매트 같음 ㅎ
서울역 도착해서 너무 웃겨서 찍었다.
아니 갈 때는 분명히 짐 진짜 없었다고ㅋㅋ 근데 둘 다 뭘 그렇게 채워서 가져온 건지 이해불가임
비우러 가서 진짜 넘치게 채워온 땡중들의 하루 같다.
우리는 템플스테이 간 게 아니고 그냥 고창 나들이 간 거다.
아니 진짜 더 웃긴 건 집 가는 지하철 타러 왔는데 비둘기가 줄 서 있어서
내 눈 이상해진 줄 알았다. 무슨 저러고 공손히 있는지 쟤도 이해불가,,
나중엔 에스컬레이터 타고 어디 가더라.
이런 거 보면 세상에 진짜 신기한 일 너무 많다ㅋㅋㅋㅋㅋ어이도 없고..
우당탕탕 템플스테이 고창여행이었다.
누가 자꾸 나한테 어울리는 짤만 만드는지 이해불가다.
어차피 돈 쓰려고 버는 거지 뭐,,
템플스테이 가서 나만큼 돈 쓴 사람 없을걸 가서 목도리도사고 양기영은 모자도 삼.
우리 둘은 어쩔 수 없다. 완벽한 불자가 되려면 한 20년은 더 살아야 될 듯싶다.
고창 선운사 템플스테이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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